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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탄압도 자유의지를 가진 국민을 막을 수는 없다
1980년대 한국은 전두환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독재 시절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 없던 지식인과 대학생들은 이러한 군사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대모를 하고 있었다. 전두환은 이런 상황을 와해시키기 위해서 남북이 휴전 중이라는 사실을 이용했다. 군사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지식인과 대학생들을 북한과 손잡고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고 가두었다. 나는 이시절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기억이 전혀 없다. 하지만 크면서 이러한 사실들을 역사시간이나 사회시간에 배웠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모든 면에서 국민들에게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애쓴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무튼 이 영화는 그렇게 민주주의를 외치던 사람들과 그들을 잡으러 다니는 공안경찰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는 민주주의 열사로 불리고 있는 박종철 열사의 고문 장면으로 시작한다. 공안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던 박종철 열사는 이 고문 도중 죽고 만다. 당시 박종철 열사 이외에도 공안들의 고문과 폭행, 사망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 항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시기였기에 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굉장히 큰 사건이 될 수 있었다. 하여 공안 처장인 박 처장은 빨리 사건을 덮고 시신을 화장하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공안검사인 최 검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최 검사는 사망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시신을 화장하려 하는 공안 형사들이 의심스러워 화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공안 형사와 검사들 할 것 없이 정부 앞잡이 노릇을 하는 인간들이 많던 시절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군사정권을 탐탁지 않아하는 형사와 검사들도 있던 거 같다.
최 검사도 그런 인물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민주항쟁을 주도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사건을 덮으려 하던 공안 차장은 최 검사로 인해 박종철의 시신을 화장시키지 못하고 결국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고문으로 인한 죽음이 아닌 단순 쇼크사로 결론 지으려 하고 당시 고문을 담당했던 공안 형사들 대신 다른 공안 형사인 조반장에게 사건에 대해 자수하게 하고 나중에 과실치사로 빼내려 계획한다. 하지만 이를 이상히 여긴 윤 기자는 박종철 사건을 끝까지 추적한다. 그리고 처음 박종철 열사의 사망을 선고한 의사를 찾아가 당시 상황에 대해서 묻는데 그 의사 또한 공안들의 감시하에 있었기에 쉽지 않다. 겨우 화장실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의사와 마주한 윤 기자는 의사로부터 당시에 고문이 있었고 물고문 중에 목이 눌려 질식사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박종철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민주항쟁을 주도하던 인물들이 나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 대학에 입학한 연희는 민주주의 운동에는 관심이 없는 대학 신입생이었다. 그리고 첫 미팅을 하기로 한날 시내로 나가는데 시내에서 대모가 벌어지고 이에 경찰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그때는 대모를 하는 사람이건 아니건 대모 근처에만 있어도 잡아가는 시기였다고 한다. 그렇게 도망가던 중에 이한열이 도움을 주고 신발가게 주인의 도움으로 몸을 숨기게 된다. 그렇게 이한열과 신발가게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데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서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이한열을 보고 연희는 신발가게에서 팔고 있던 운동화를 선물해준다. 그렇게 알게 된 한열은 알고 보니 연희가 다니는 대학의 선배였다.
하지만 한열은 대학에서 민주항쟁 운동을 하는 운동권 학생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민주항쟁을 알리고 다니는 인물이었다. 연희는 그런 한열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면 연희의 아버지가 노동운동을 하던 중 배신당해 죽는 일이 있었기에 민주주의 운동을 한다 해도 바뀔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열은 그런 연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민주주의 운동을 함께하고자 제안한다.
그리고 박종철 열사 사건의 전말이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이에 분노한 한열은 운동권 학생들과 함께 다시 거리로 나간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경찰들과 대치하며 대모를 하던 중에 경찰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게 되고 이한열은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끝내 사망한다.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온 국민은 분노하게 되고 독재를 해오던 전두환은 호헌을 철폐하고 간접선거에서 직선제로 헌법을 개정하게 된다. 국민의 승리인 것이다.
독재자는 죽을 때까지 잘 먹고 잘살면 안 된다
영화는 당시에 사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였다. 물론 가상의 인물들을 만들어 좀 더 긴장감 넘치는 요소들을 곳곳에 넣어 집중력을 놓치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는 내내 분노하기도 하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던 거 같다. 독재타도와 호헌철 패를 외치던 대학생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그 와중에 죽음이 일어나는데도 덮으려 한 정부를 보면서 한 사람의 독재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왜 모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들이 폭력으로 정권을 잡았기에 모든 것을 폭력으로 막으려 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정말로 웃긴 것은 현재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죽음에 이르게 한 당사자인 독재자 전두환은 죽을 때까지 잘 먹고 잘 놀고 갔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세상인지 모르겠다.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지금까지도 피해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지금이라도 당시에 사건을 주도하거나 활동하던 사람들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받을 벌이 있다면 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